분류 전체보기 271

오서산에서

21.09.25 - 21. 09.26 하늘 닿은 산 능선에 바람이 불어 비탈진 억새밭에 하얀 물결 입니다 머리 위 흰 구름 떠다니는 파란 하늘은 어릴 적 소 풀 뜯기며 풀섶에 누워 바라보던 그 하늘 빛, 바라볼 수록 깊고 경외스런 그 빛의 하늘입니다 곡식 여무는 산 아래 들판에서 밀레의 종소리 경건하게 들려옵니다 억새밭 펼쳐진 산 능선길 따라 깊은 하늘 호수 바라보며 혼자 걷습니다 가을이면 가슴에 흐르는 서글픈 강물이 가슴에 비친 저 하늘의 그림자는 아닐까 생각하면서 걷습니다 - 오서산에서, 21.09.26 자작나무 - 9월 25일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오서산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 백패킹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습니다. 몇가지 백패킹 용품을 샀는데, 이게 꼭 아이들같이 그걸 빨리..

불갑사 꽃무릇 / 선운사 꽃무릇 /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 백수해안도로

꽃무릇의 꽃 빛이 마음에 드는 색이 아니고, 무더기로 피면 그냥 철쭉꽃 무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여,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불갑사 꽃무릇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추석 연휴인 19일, 일요일 새벽 3시에 출발해서, 20일 저녁에 돌아 올 계획으로 불갑사로 향햤다. 아침 해뜨기 전에 불갑사에 도착해서 꽃무릇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10 시 쯤 되니 모든 일정이 끝나서, 더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갑자기 오는 바람에, 이후 내일 오후까지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 지도를 보면서 그려보니, 백수해안도로에서 구경하고, 임자도로 가서 1 박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지나갔다. 그래서 백수해안도로로 가다가 발견한 '백제불교최초도래지'에 가게 되었고, 해안도로를 구경하고 놀다가, 임..

여행/국내여행 2021.09.20

洗心山宿

산에 올라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지난 8월에 갔던 산( 높이 512 m) 꼭대기에, 텐트를 치고 잤지요. 산에 오르니, 해지는 일몰의 구름들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갔고 주변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들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생각과 달리 밤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떡갈나뭇잎들의 출렁이는 소리가 폭풍처럼 느껴져서 아늑한 밤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때로 혼자 산속에 조용히 있으면 좋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여정은 욕망과의 부딪힘을 극복해 가는 과정입니다. 욕망의 대상을 성취하기도 하고, 욕망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대개는 욕망을 이루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그 욕망의 대부분은 돈과 이성과 그리고 그외 세속적 행복의 대상들입니다. 이런 대상들 중에서 비교적 궁극적인 것과 순간적 괘락과 관련된 ..

천장암 하늘에 흰 구름떼 떠가고

선정 속 아미타 부처님의 생멸 없는 고요가 흘러나는 법당 앞 마당에 서면 꽃이 진 연잎들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엔 흰 구름 떼들이 길 없는 길을 따라 오가고 흩어집니다 스님들 떠난 빈 선원의 처마 끝을 스쳐 온 바람결에 번뇌의 가슴이 씻기고 산사의 마당가에 선 단풍나무 아래 빈 의자에 도시의 갈망을 슬며시 내려놓고 수원 집으로 갑니다 「천장암에서 , 21.8.22. 자작나무」 선정에 든 천장암 아미타 부처님과 텅빈 마당 법당 앞에 연꽃을 심은 포트의 수면엔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이 비친다 하안거 해제로 스님들이 떠난 천장암 염궁선원

그냥 하루

시골 빈집 텃밭에 들려 시든 방울 토마토 조금 따다 고추는 흐믈흐믈하고 해미 산수리 산속 마을에 늙어서 살기 좋은 곳 있나 살펴보다 임도를 따라 올라 개심사가 있는 산 꼭데기에 차를 두고 산 능선을 따라 오른다 가지 세 가지 이곳에 오려던 생각도, 계획도 없이 그냥 와서 트렁크에 항상 실고 다니는 도구로 불을 피워 점심을 때웠다. 라면 1개 + 옥수수 1개 + 방울 토마토 5개 + 바나나 2개 + 에이스 1 (옥수수가 너무 맛이 없어서 2개를 삶아서 1개만 먹었다 ... ) 산에서는 바람이 불어오고 27도로 견딜만 했다 점심 후 슬슬 능선을 따라 개심사 뒷산에서 일락사 뒷산 봉우리(512m)까지 산책하다 여기는 정자와 데크가 있어서, 텐트치고 하룻밤 지내기 좋을 듯하다 데크. 멀리 바다를 막아 호수가 된..

텃밭에서

시골 빈집 밭에 몇그루 심은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를 보러 혼자 7 시 쯤 집을 나섰다. 37도가 될거라는 오늘 날씨, 열기가 덜한 오전에 풀이라도 뽑아줘야지. 온통 풀로 뒤덮인 그곳엔, 가지 토마토 줄기가 정글처럼 뒤엉켜 있다. 고추 심은 곳, 소담스런 바랭이풀 낫질을 하고 노란잎이 영양 부족인가 싶어, 한 푸대 사다 놨던 계분(닭똥 거름)을 뿌리고, 물 3 동이를 퍼다 뿌린다. 가지 줄기와 토마토 줄기는, 주렁 주렁 열매가 무거운지 가지가 휘어져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비스듬이 눕는다. 자주 오지도 않고, 가꾸지도 않는데, 뭐하러 이렇게 열매를 많이 맺는지 얘들도 안됐다 싶어서 물 3동이를 퍼부어 준다. 웃도리 옷이 땀으로 배어 축축하고 더위에 머리가 띵하다. 2주 전 가지 토마토 모습 2주 전 고추..

키르키즈스탄에서, 1998년 5월 (3)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곳 저곳 몇 몇 나라들을 다녀봤지만, 키르키즈스탄 만큼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별로 없다. 그것은 키르키즈스탄이 문명적으로 발전되었다거나,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라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그와 정 반대편에 놓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적 향수 어린 기억을 불러낸다든지, 생각지도 못한 고려인을 만나기도 하고, 삶의 가장 바닥을 이루는, 원형적 양식에 가까워 보이는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그곳에 있다. 언제가 읽은 내용에는, 한국인의 DNA와 가장 유사한 민족이 키르키즈 민족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민족은 북방에서 한반도로 ..

키르키즈스탄에서, 1998년 5월 (2)

비쉬케크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일을 만들어 나갈지 언뜻 언뜻 생각하면서, 사업을 시작할 만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이곳 저곳 시장에도 찾아가서 살펴보고, 정부 기관에도 찾아가서 문의했다, 상공부인지 고위 관리가 나와서, 그 나라의 기업 중 우리와 거래할 수 있는 업체라며, 회사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 나라에서 제일 큰 회사인 백화점이었다. 그 정부 관리가 백화점 사장에게 내용을 통지하여, 그 백화점 사장과 며칠 후로 미팅 일정을 잡았고, 통역인 굴루나를 데리고 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Y사장은 우리에게 친절했고, 그는 우리에게 그의 사업장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똑따굴라’시장으로 오면 된다고 했다. ‘딱따굴라’ 똑따굴라‘ 등 비슷한 발음을 택시 기사에게 연이어 내뱉자 그가 알..

키르키즈스탄 에서, 1998년 5월 (1)

비쉬케크에서 아파트 임대 그렇게 키르키즈스탄의 수도인 비쉬케크에 도착하여, Y사장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니, 주변의 모든 것들에, 나 자신은 낮선 존재가 되어 있었다. 아침 식사는 서양 사람처럼 보이는 여성이 와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Y사장의 비서 역할을 하는 아가씨로, 키르키즈스탄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한 현지인이었다. 만들어진 음식은 느끼해서 입에 맞지 않는 양고기 요리였지만, 기운을 차려야겠기에 그냥 먹었다. Y사장에게 현지 사정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우선 머무를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임대하기로 했다. 시내에 그리 많지 않은 호텔은 1박에 70달러, 100달러 등으로, 얼마를 머물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비쌌고, 아파트를 임대하면 1개월에 100 달러 쯤 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