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5 - 21. 09.26
하늘 닿은 산 능선에 바람이 불어
비탈진 억새밭에 하얀 물결 입니다
머리 위 흰 구름 떠다니는 파란 하늘은
어릴 적 소 풀 뜯기며 풀섶에 누워 바라보던
그 하늘 빛, 바라볼 수록 깊고 경외스런
그 빛의 하늘입니다
곡식 여무는 산 아래 들판에서
밀레의 종소리 경건하게 들려옵니다
억새밭 펼쳐진 산 능선길 따라
깊은 하늘 호수 바라보며
혼자 걷습니다
가을이면 가슴에 흐르는 서글픈 강물이
가슴에 비친 저 하늘의 그림자는 아닐까
생각하면서
걷습니다
- 오서산에서, 21.09.26 자작나무 -
9월 25일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오서산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 백패킹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습니다. 몇가지 백패킹 용품을 샀는데, 이게 꼭 아이들같이 그걸 빨리 가지고 가서 써보고 싶어지네요.
오늘 저녁, 내일 아침, 점심까지 때울 계획으로, 밥을 대충 비닐팩 3개에 1덩어리씩 넣었습니다. 갑자기 가게 되어 아내가 도와 줄 수가 없으니, 제가 스스로 준비하여 노숙자 스타일로 떠납니다. 식사는 밥과 김치 뿐입니다. 백팩을 가볍게 하기위해, 산위에서는 밥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음식 만들 도구와 물 등 번거로운 것은 뺍니다.
해발 550미터 쯤까지 차를 타고 갈 수가 있어서, 산 정상 791미터까지 오르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코스입니다. 오후 4시부터 올라 해지기 전에 도착하는 여정입니다.
산위에는 많은 백패커들이 이미 오색의 텐트를 나무 데크에 쳐놓고 즐기고 있습니다. 여자 혼자 온 분들도 있고, 친구들고 함께 온 사람들, 연인들, 부부 등등 다양해 보입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옵니다. 시끄러운게 싫어서, 혼자 200m 쯤 떨어진 곳을 찾아 텐트를 설치하려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텐트가 날아갑니다. 풍선처럼 날아서, 간신히 다시 잡아들여, 할 수없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 돌아와서 그곳에 텐트를 치고 지냈습니다.
산 아래가 시원하게 보이는데, 특히 하늘이 신비스럽게 파랗습니다.
하늘과 갈대와 멀리까지 보이는 시야가 가슴을 뻥 뚫어 놓았습니다.
오서산이 충남 서해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크지는 않습니다. 능선은 1km 정도만 높게 이어지고, 갑자기 낮은 산으로 연결됩니다. 저는 높은 산 능선에서만 걸었습니다.
식사는 노숙자 스타일이라서 텐트 안에서 몰래 먹었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일출을 감상하고 시원한 능선길을 걸어다니다가, 조금 늦은 시간에 아무도 찾지 않는 급경사 비탈 위 바위터를 찾아, 마치 비행기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처럼 펼쳐진, 산아래 나무들 빼곡한 비탈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귀족처럼 앉아서, 비닐에 쌓인 개밥을 맛있게 먹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우아하게 물을 주욱 마시고, 더하여 초코파이까지, 세상에 이보다 좋은 게 제겐 없었습니다.
능선이 1 Km쯤으로 짧고, 모두 다녀보고 나니, 시들해집니다.
그래서 또 계획에 없던, 일요법회에 갑니다. 법회는 다 끝났을 테고, 사실은 점심을 절에서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절에 가서 점심 공양하고, 스님과 삼준산 도토리 줍기 산행을 했습니다.
천장사 주지스님과 일요법회 법우님들
사진을 제가 찍어서 본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삶의 잔영 > 詩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0) | 2021.10.16 |
---|---|
천장암 하늘에 흰 구름떼 떠가고 (0) | 2021.08.24 |
겨울 바다에서 (0) | 2020.12.25 |
가을에 (0) | 2020.10.17 |
꽃잎 편지 띄웁니다 (0) | 2020.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