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 192

베란다 무우꽃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그 느낌이 새로워지는 단어가 있다. 인연. 우리집 베란다에는 화단이 있는데, 그곳에는 엉성하게 자라는 풀들과 오랜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몇 식물들이 있다. 그중에 한해살이 식물이면서, 13년쯤 함께 살아가는 무우(엄밀히 갓)가 있다. 한번도 씨를 받아 뿌려 준다든지, 특별히 신경을 쓴 적이 없지만, 스스로 씨를 떨어뜨리고. 어느새 스스로 새싹을 내고 꽃대를 뽑아 올리고 노란 꽃을 피운다. 3월부터 꽃이 핀 무우가 다시 씨앗을 맺고 있다. 아마 내년에도 그 자리엔 노란 꽃이 맺힐 것이다. 2013년에 이 무우 꽃을 블로그에 올렸던 기억이 있어서 찾아본다. 인연이란 말의 의미가 점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내가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60갑자를 거의 한바퀴 ..

일 & 휴식

5시에 일어나, 6시가 되기 전에 대구 인근 도시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그곳에 있는 한 회사에, 생산된 기계를 납품하러 갑니다. (4월 9일 금요일) 아직 사위가 어둑어둑 하지만 하늘이 맑게 밝아옵니다. 트럭에 싣고 달립니다. 납품 후 다시 돌아오면 대략 600km입니다. 운전이 조금 피곤할 때도 있지만, 운전하며 지나는 길, 풍경을 보며 가는 내내 즐겁습니다. 봄 나뭇잎들이 연한 초록으로 산을 물들여가는 모습은 생기가 느껴지고, 기분도 상쾌하게 됩니다.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차가 별로 없네요. 사장을 만나 납품하고,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추가로, 회사에 설치된 송풍관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현장을 돌며 관경과 유속, 압력손실 즉 필요 동력간의의 상호 관계와 더불어, 문제점에 대한 ..

봄이 오면 봄나물

봄나물이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산에 살게 되면 쌀 한 가마니와 된장 고추장 간장 조금씩 준비하고 일년은 무사히 지낼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봄이 설레게 하는 일, 산나물 들나물을 찾아서, 가까운 산, 원평리 지나 삼봉산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나물을 뜯습니다. 바디나물 쉽싸리 미나리냉이 엉겅퀴 개미취 참취 생강나무잎 둥글레새순 짚신나물 뱀딸기새순 양지꽃 으름덩굴 소리쟁이 고들빼기 씀바귀 고비 광대나물 질경이 쑥 쇠뜨기 지칭개 국수나무순 개망초 지천입니다. 이걸 손질해서 제가 나물 반찬을 만듭니다. 연습은 직접해야지요. 소리쟁이는 아욱 대신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대로 해봅니다. 양념이래야 매번 같습니다. 된장 고추장 들기름 깨 매실액 개복숭아액 마늘 그냥 비벼서 무칩니다. 이건 엉..

초기불교, 대승불교 II

인도대륙에서 불교의 쇠퇴 13세기에 들어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는데, 그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설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이슬람의 침공과 스님들에 대한 핍박, 불교의 힌두교화, 불교는 상류층 중심으로 민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함 등의 원인으로 불교의 고향에서 불교는 사라지게 된다. 힌두교와 불교의 상호 영향 보살에 대한 초월적 신격화가 이루어지고,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의 보살이 구원자로서의 위치에 자리한다. 천수관음보살은 힌두교 신의 모습과 거의 동일하다. 즉 힌두교의 신이 들어와서 불교화되고, 힌두교의 만트라(진언)가 불교화되는데 능업주, 신묘장구대다라니가 불교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불교와 힌두교의 차이가 사라지고 불교가 따로 존재할 필요가 없어져서 흡수된다. ..

초기불교, 대승불교

요즘 우리나라에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불교 수행을 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방법론적 혼동에 빠질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올바른 길을 찾는 노력을 하다보면, 자연히 새로 유입된 체계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방식에서 만족하지 못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것들을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불교 초기불교는 부처님 입멸 후 대략 100년쯤 까지를 의미한다. 2차 결집기인 입멸 후 100 년쯤에 불교 교단이 여러 부파의 불교로 쪼개지는데, 대개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지는 13세기 초까지를 부파불교시대(BC4, 5세기 ∽ AD13세기)라고 한다. 부파불교 시대 초기불교 시대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한가지로써 분파가 존재하지 않..

스웨덴 요나 징통Jonna Jinton 유튜브

우연히 보게된 유튜브 채널, 스웨덴 요나 진톤Jonna Jinton의 유튜브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Ak3t7WHs2zjsZpopox8Taw 북극에 가까운 스웨덴의 산림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그 영상에 표현된 자연의 장대함, 고결함, 그리고 순수한 에너지와, 그 숲속 영혼의 순결한 노래가 가슴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도시에서 자란 아가씨, 요나 진톤Jonna Jinton이, 마치 우리나라의 지리산으로 들어가 사는 사람들 처럼, 도시의 문명 생활을 비껴, 그녀의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며, 선조들 고향인 숲속 마을(Grundtjärn, 그룬찬)로 들어가 살면서 올리는 유튜브 영상이다. 그곳에서 살며 10년쯤 세월이 흘렀나보다. 아마 30대 초 중반..

천장암에서

햇볕이 문살에 걸린 산사의 작은 방에서 차 마십니다 엷은 색 우려 내 몸 발그레 물들입니다 방안의 차향 내 마음 물들어 갑니다 향긋한 차향에 물든 시간 일요일 오후입니다 하루 하루가 오늘처럼 찻빛 향기 물든 날들이기를 기대합니다 모두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상입니다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야지요 산사 돌 담장 아래 겨울 햇볕을 즐기는 냥이들 셋이 형제로 이곳이 고향입니다. 몸을 맞대 햇볕 알갱이를 잡아품어 공유합니다.

공(空)과 무아(無我) II

용수의 중론과 대승의 공 용수의 중론이 나오면서 공사상이 활발해졌고, 대승에서 부파불교를 비판하면서, 너희는 아공은 되었지만, 법공이 안된다라고 비판하게 된다. 초기경전에서 법을 실체화하지 않았지만, 부파불교에서는 법을 좀 실체화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초기경전의 '뱀의 비유경'에,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 뗏목에 비유해서 법을 설하리. 그것은 강을 건너가기 위함이지 움켜지기 위함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부처님께서 설한 의미는 ’법은 건너가기 위한 수단이지, 집착하거나 이것만이 실체다'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연기가 공이다 중론에서 “조건에서 생겨난 법, 나는 이것을 공성이라 한다” 라고 했다. 이것은 ’조건으로 생겨난 것은 영원히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고, 조건이 소멸하면 사라진다..

공(空)과 무아(無我)

부처님 재세시 인도의 대표적인 사상으로는, 고정 불변의 브라흐만을 궁극의 실체로 보는 영원론적 전변설과, 물질의 조합이 해체되면 그 존재는 소멸한다고 보는 단멸론적 적치설이 있었다. 불교의 무아는, 그 존재의 작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것으로, 전변설과 적치설의 이해를 바탕으로 무아를 이해하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불교는 단별론과 영원론을 배척하고 연기적(=상호 의존적 = 조건 발생적) 생과 멸의, 중도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전변설 : 브라흐만이라는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변해서 나온 개개의 존재가 개아(個我)이며, 그 개아가 윤회한다. 그 브라흐만과 아뜨만의 일치, 즉 범아일여(梵我一如)가 해탈이다. 이러한 우파니샤드 사상은 이후의 힌두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