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 치앙라이 인근의 시골 모습은 우리나라의 어느 계절에 해당할까요 ? 생각해 보지만 봄인지 가을인지 딱 맞는 계절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낮의 기온는 약 30도정도, 새벽엔 18도정도입니다. 기온으로 보면 초여름이나 초가을이지만 풍경을 보면 조금 다릅니다. 벼 농사는 1모작이 아니지요. 벼를 벤 논에는, 탈곡된 볕짚이 논 바닥에 죽 널려 있습니다. 어떤 논에는 모내기를 위해서인지 물을 대고 써레질을 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시골 농로와 꼭 닮은 시골 논 사이로 난 길옆에는 풀들이 다 자라서 조금은 시들은 모습으로 엉클어져 있습니다. 집 주변에는 바나나나무들이 무리지어 자라나지요.
오토바이로 우연히 따라 들어간 길을 가면서 구경해 봅니다.
논바닥의 짚. 우리나라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길옆의 바나나 나무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길의 모습이나 길옆의 풀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시골집의 흔적 그리고 산의 모습이 얼핏보기에는 한국의 시골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뭇잎들은 푸르고 푸른데 논의 벼들은 베어져 있는 상황이 한국의 8-9월과 다릅니다.
이곳 주변에는 파인애플 농장이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파인애플 농장이라서 지나가다가 신기해서 쉬어갑니다. 파인애플 농장은 다른 풀은 거의 보이지 않고 파인애플나무 밖에 없는데, 자세히 보면 조금 거친 느낌입니다. 지나오다가 큰 길가에 행상을 차리고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마치 한국에서 휴양지나 관광지 가는 길에 죽 늘어서서 참외, 수박등을 파는 모습과 꼭 일치했습니다.
저도 타고가던 스쿠터와 함께 찍어봅니다. 주변의 나무들은 키는 크지만 잎사귀에서 오는 느낌이 한국의 나무들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건기라서 그런지 조금 시들한 느낌에 잎사귀의 생동감이 떨어지고 조금은 지저분한 느낌이 듭니다.
파인애플 밭(농장)
조금 더 들어가니 아름다운 불교 사원이 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사원의 이름도 모르지만 멋진 사원입니다. 태국은 불교 국가로 마을마다 이런 사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황금색과 흰색이 주를 이루고, 지붕은 뽀족한 불탑들이 여럿 서 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수행하시는 스님들이 번거로워 할 것 같아 참았습니다. 신실한 종교적 관심이 아니라 즉흥적인 호기심을 앞세워 앞 뒤 없이 들어가서 이것 저것 둘러보는 것은 삼가하기로 하였습니다.
부처님이 바라보고 계시는 계단 밑에 조용히 앉아서 조금 쉬어 갑니다. 용의 머리는 5개네요.
푸른 하늘을 향해 뽀족하게 솟아 있는 탑의 모습이 손을 모아 합장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 산.
지나가다가 만나는 또 다른 산 밑의 파인애플 농장.
더워서 조금 쉬었다가 갑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로 긴 장대를 가로질러 놓았습니다.
따라 들어가고 있는 시골 길입니다. 어디가 나올지, 어디로 가는 길인지, 들어갔다가 나올 때 다른 길로 가서 헤메지는 않을 수 있을지, 갑자기 개가 달려들어 곤욕을 치르지는 않을지, 여러가지 교차하는 마음들이 내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그 중에서 제일 강한 마음인 호기심이 나를 끌고 저 길로 계속 들어갑니다.
길옆의 농가.
공터의 바나나 나무 무리.
작은 호수(저수지 ?)
가파른 언덕이 나오고, 언덕위로 어떻게 길이 이어지는지 보이지 않아 걸어서 올라가 봅니다.
바나나 무리가 논 옆에서 자라고, 추수가 끝난 논은 텅 비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텅빈 가을 들녘엔 쓸쓸함과 허전함 그리고 어떤 깨끗히 정리된 느낌이 드는데, 이곳 들의 모습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바나나가 심어져 있는 길옆에서.
태국의 물빛은 대개 황색이거나 푸른색에 진흙을 뿌려놓은 듯한 색입니다. 이곳의 물빛은 그래도 깨끗한 색을 보이고 있네요.
지나가다가 만난 아이스께끼 장사. 여기가 어디인지 길을 물어 보고, 더 가면 어디인지 손으로 발로 물어 봅니다.
오토바이 탄 모습이 어설픕니다.
모를 심기 위해 물을 댄 논의 모습. 우리나라와 꼭 같습니다.
일하다가 쉬는, 농장 한가운데 있는, 농막같습니다. 저런 곳에서 일하다가 막걸리를 한 잔 죽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길가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가 있어 애기를 해 봅니다. 예초기로 농장의 풀을 깎고 있었습니다. 태국의 농장에 어떤 작물이나 과일나무들이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바나나와 망고가 주된 작물입니다. 친절하고 겸손한 농부입니다.
이야기가 시작된 김에 이것 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 봅니다. 물론 단어의 나열과 바디랭귀지로 하는 대화지만 대개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국의 농장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농장이 죽 이어져 있고, 연꽃이 핀 습지도 있습니다. 저는 항상 뱀이 나오지나 않을지, 그것도 TV에서 보여주는 열대지방의 큰 뱀이 덜컥 밟히지나 않을지 조심조심 다녔습니다.
농장 저쪽에 있는 마을입니다. 걸어서 마을로 들어가 봅니다. 이럴 땐 항상 개조심합니다. 몽고에는 집집마다 송아지만한 개가 집을 지키고 있던 생각도 나서, 더욱 조심합니다.
닭장같습니다.
이분은 기독교 목사라고합니다. 저쪽 길에서 지나면서 만났는데, 여기에 오니 그가 묵는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잠시 앉아서 애기합니다. 한국에도 왔었다고 하고, 한국에 호기심도 많습니다. 바나나를 주어서 먹습니다.
마음이 참 순수한 아저씨입니다. 아직 물질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것같습니다. 살림살이가 소박하다못해 곤궁해 보이지만 더운나라 사람들에게서는 초조함이 덜해 보입니다. 한겨울에 돈이 없으면 한국에서는 참 우울합니다. 날씨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TV도 있고, 평상도 있고, 밥도 해먹을 수 있고, 욕심만 줄이면 사는데는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문제는 욕심과 욕망입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좋은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과 이야기를 끝내고, 지나 가다가 이웃집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물을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참 착한 아주머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마을은 태국의 일반 농촌 마을보다 더 가난해 보입니다. 길가의 농촌 마을은 집도 좋고, 가난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적으로도 태국의 국교인 불교가 아닌 것으로 봐서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내막을 알 수는 없고, 그냥 추측해 봅니다.
집 주변 호수.
가난과 평화가 공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이곳 마을의 모습은 참 평화롭고 아름답습니다.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이방인의 느낌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절대적 빈곤은 내적 마음의 평화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저분들도 다른 태국농부들 만큼이라도 조금이라도 부유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호숫가의 농막.
푸른 배경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시골마을 산 밑을 돌아가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농로.
저녁이 되어 지나온 길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어, 어둡기 전에 숙소를 향해 되돌아갑니다. 시내에서 약 25킬로정도를 나온 것 같습니다. 다행히 길을 잃지 않고 큰 길로 나와서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딸애가 시골을 가보고 싶다고 하여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둘이서 길을 나섰습니다. 어제는 딸아이는 혼자서 시내구경을 하고 저와 집사람이 시골 구경을 하였던 것이고, 오늘은 집사람은 시내에 남아 맛사지와 머리퍼머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계획없이 그냥 길을 타고 죽 가다가 둘러봅니다.
길가에 상가집이 있어 잠시 멈추었습니다. 화재로 죽었는지, 불로 자살을 했는지, 알수는 없지만, 나무밑에 앉아 있는데 일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Fire, Kill(손으로 죽는 시늉을 더함)"이라고 말합니다. 상여처럼 꾸며져 있고, 망자의 사진이 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시골마을 집입니다. 길가에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마 보편적인 태국의 농가 같습니다.
지나가다가 너무 했볕이 강해서 밭에 지어진 원두막에 올라가 햇볕을 피합니다. 햇빛만 피하면 그래도 시원합니다. 건조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오토바이 뒤에 탄 딸애가 힘들어해서 마을 앞의 대나무의자 그늘에서 잠시 누어 쉽니다. 햇빛은 강하고 건조한 날씨에 조금 지칩니다.
주변 농가입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쉽니다. 햇빛에 눈이 피로하고 몸이 피곤할 땐 잠시 그늘에 몸을 누이는 것이 좋습니다. 딸램이 쉬게하고 저는 주변에서 파수꾼역할을 합니다. 잠시 농가에 들러 물좀 있느냐고 물으니, 젊은 여인 둘이 있는데, 양동이의 누런색 물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마 주변 저수지에서 퍼다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안먹는다고 하기도 난처했지만 되었다는 제스쳐를 보이고 그냥 돌아 나왔습니다. 아주 어린 아기 하나가 옆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이집도 무척 가난해 보였습니다. 뭐 가진것이 없어서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딸애한테 돌아와서 물어보니 오다가 길가 가게에서 산 과자 한봉지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들고 가서 베이비 베이비 하면서 주니 애기엄마가 땡큐합니다. 20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엄마입니다. 외국인이라고 돌아다니다가 준다는 것이 현지의 양파깡같은 것, 한 봉다리 준다는 것이 조금 양심에 찔렸습니다. 주지 말던지, 아니면 돌아다니며 엉뚱한 사람과 접촉해서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금 먹고살기 좋은 나라라고, 다른 나라에 가서 현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죄악일지도 모릅니다.
돌아오는 길에 큰 길가의 동네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잠시 쉽니다. 슈퍼가 나오기전의 우리나라의 추억의 구멍가게. 저렇게 앉아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먹고 있으면 현지인 인지 외지인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조용히 시원한 얼음과자를 먹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외진 면단위의 시골같습니다. 차량이 우리나라보다 적어서 길은 한가롭습니다.
시골마을로 뻣은 도로.
오늘도 약 30킬로 정도를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어제갔던 곳은 야산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 간 곳은 산은 하나도 없고 가도 가도 들판이었습니다. 들판보다는 야산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풍경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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