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불교 & 절

선방일기

자작나무. 2011. 7. 9. 16:49

 

내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리산 화개골에 자리한 홍서원이라는 작은 절을 찾아 그곳의 스님들을 알게 된 이후이다. 마음과 몸이 많이 아팠던 2009년 말쯤에 이 절의 스님께서 쓰신 책을 읽고 절을 찾아 큰스님의 법문도 듣고, 그 곳 스님들의 청정한 생활을 본 이후 불교와 절과 스님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가끔 집근처에 있는 마을 도서관(북수원지식정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 이번에 얼떨결에 집어든 책은 지허스님의 '선방일기'이다. 빌리고 보니 익히 귀에 익은 책으로 재미 있다.

 

 

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1970년 전후에 오대산 상원사에서 동안거를 나며, 그 중 한 스님인 지허스님께서 선방의 일들을 적은 글이다. 선방의 풍속을 생생히 묘사하여 좋은 '사료'역할을 한다고 한다. 참고로 지허스님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분으로 현재 또는 과거의 행적이 묘연한 인텔리 스님(서울대출신이라는 설)이다.

 

전에 나는 하느님이 있느냐, 부처님이 있느냐, 끝이 없다는 우주의 형상은 어떠하냐 등에 의문을 가지고 고민한 적이 있다. 아래의 글을 참조할 만하다.

 

"그래서 부처님은 아함경을 통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기 한 사람이 독이 묻은 화살을 맞아서 쓰러져 있다고 하자. 친구들은 의사를 부르려고 하였으나 그 사람은 먼저 화살을 누가 쏘았는지, 이 화살을 쏜 활은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독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등을 알기 전에는 그 화살을 빼내 치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하자.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그 사실들을 미처 알기 전에 죽고 말 것이다.'

 

형이상학적 문제만 붙잡고 공론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사람은 죽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또 신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지금 괴로워하고 있는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부처님 교설의 의취입니다."

 

"불교는 인간의 완성을 위해 선을 내세웠고 인간은 선을 통해 완성을 가능케하고 있습니다. 선은 신비가 아니고 절대자의 조종을 받는 그 어떤 것도 아닙니다. 인간 완성을 위한 길입니다. 즉 열반으로 이르는 길입니다."

<선방일기 p108-p109>

 

내가 고민했던 내용들이 공론에 해당한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논쟁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인간 이성밖의 문제를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꼴이다. 스티브 호킹이 신이 세상을 창조한 이야기는 Fairy story라고 한 것을 본적이 있다. 이성에 바탕한 과학적 접근이리라. 다만 그의 생각인 것이다.

 

스님들이 감자를 구워먹는다든가 만두로 여러가지 장난스러운 모양을 빚는다든가 끼리끼리 모인다든가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견성하기 위한 혹독한 선수행의 일정이 일견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탓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는 불교에서 말하 듯 '여러번의 생을 거듭하고'나 이러한 수행이 가능할지 생각해 본다. 너무 힘든 일정이다.

 

수행중간에 폐결핵의 병든 스님이 반기는 곳 없이 어디로  떠나야 하는 이야기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다. 또한 에고가 강하고 위선기가 강한 스님이 오버하다가 처량하게 걸망을 메고 떠나자 뒷방 조실스님이 등뒤에 대고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남아 있구만'하는 이야기는 선방에도 세속의 시스템이 그대로 작용하는 듯하다. 물론 지허스님의 말씀처럼 아직 견성하지 않은 스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리라.

 

 

엄숙하고 성스러운 종교사회든 '아싸 노래방'에 자주 나오는 '성'스러운 몸을 가진 훌륭한 여인들의 사회든, 좋은 얘기는 정신 놓고도 Automatic으로 운영하는 훌륭한 뇌구조를 가진 정치가들의 사회든 사람사는 세상엔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여러부류의 사람들간에는 공통점을 빼고 작은 차이점이 있으니, 이것이 사람이냐 짐승이냐를 가늠하는 매우 작지만 현격한 차이이리라. 좋은 쪽으로 차이점을 만들어 가기 위해 수행정진은 못해도 매사에 좋은 생각이라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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