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지리산 빈집살이 & 여행

지리산 작은 집 I

자작나무. 2012. 4. 9. 22:02

지리산 화개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아래의 사진에서 보이는 집 3채가 산중에 자리하고 있다. 이집들 중에서 앞쪽 개울가의 양철 녹색지붕 가옥이 주말에 한번씩 가서 지내는, 말하자면 나의 'Healing cottage'라고나 할까.  물론 이곳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도 소요 비용이 적잖이 들기때문에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한다.

 

주변에 수행하는 분들이 몇명 지낼뿐 사람이 없고, 관광객도 어쩌다가 지나가는 정도라서 한적하기 그지없다. 주변 산에는 끊어질 둣 말 듯한 작은 길들이 한 줄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이 이어져 있어 조용히 산길을 걷기에는 그만이다.  지붕에는 작은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어 15v용 전구로 2시간 정도 불을 밝힐 수 있다. 이 전기를 이용해서 휴대전화용 신호를 증폭하면 휴대 전화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지리산은 많은 곳에서 전화가 가능한데, 이곳은 오지중에 오지인가 보다.

 

혼자서 산중의 외딴집에 처음 머물게 되면 조금은 무서울 듯도 한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이상하다. 더구나 방안에 잠그는 장치도 없고, 다만 못꼬쟁이에 끈을 걸어놓고 잠자리에 든다. 밤에 누가 문을 열리도 없지만, 혹시 열려고 하면 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그때 나는 방안에서 방어태세에 들어갈 심산인데, 그러면 이미 늦을까 !! 에이 다음부터는 그 끈도 그냥 두고 자야겠다. 이곳 저곳을 파헤치며 다니는 멧돼지와, 캄캄한 밤 작은 길에서 정면으로 코가 맞부딪치지만 않으면 아무일 없을테니까 말이다. 

 

아궁이 구들에 장작을 넣어놓고 방에 들어가면, 옛날식  아랫목 장판위는  따뜻한 정도를 넘어 찜질방처럼 후끈후끈 하니, 나중에 집사람을 데리고 가면 엉덩이를 지지는데는 그만일 듯 하다. 밥은 하루나 이틀에 한번만 해서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 놓았다가 먹으면 그만이다. 방안의 벽지는 한자가 박혀있는 흰색 종이로, 천정부터 벽면까지 모두 도배되어 있는데, 이것도 아름답다.  

 

이번에 이틀을 지내면서 스님 한분과 샤워실 겸 세탁등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나무를 베고, 헌 양철을 이용해서 적당히 짓고 나니 재미가 있기도 하다. 4월 말이나 5월쯤 온산이 신록으로 덮이면 얼마나 멋질까?  기대된다. 

 

내가 머무는 집 전경. 오른쪽 흰색 문이 있는 방에서 지낸다.

 

저 계곡 아랬쪽이 쌍계사.

집앞 계곡물이 졸졸졸.. 여행을 떠난다. 바다로 나간 물에겐 이곳이 고향일게다.

 

마당에서 한 컷.

 

집옆에서 한 컷. 빨래줄의 수건은 내가 널어 놓은 것이다.

 

개울을 건너면 세집이 있는 마을. 이곳을 통해서 마을에 들어간다.

 

집 주변 계곡

 

내가 머무는 집으로 들어가는 대나무 문이 보인다.

 

옆의 수행자 토굴문.

 

대나무 문 가까이에서 한 컷.

 

작은 텃밭. 고추와 상추등을 심어야 겠다.

 

집 두길에서 한 컷.

 

주변 계곡 풍경.

 

집안의 마당에서 대나무 문쪽 방향

 

지붕의 풍경이 대나무와 제법 어울린다.

 

 

 

 

 

점심시간엔 마당의 평상에서 스님과 함께 냠냠..

 

방안에서

 


마을 전경. 아! 이게 선경인 듯 싶다. 내가 선경속에 지팡이 들고 있는 신선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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