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Reality is not what it seems)’를 읽어 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너머, 아름다운 정원의 집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읽어봅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 보려고 내용을 대충 정리해 봅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세상을 이루는 물질 요소들, 이것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현상의 우주가 우리 눈에 보이는지, 실재하지 않는 현상이 왜 우리에게는 실재처럼 보여지는지, 인류가 우주의 진실을 탐구해 가는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특수상대성 이론과 시간과 공간
광속불변의 법칙을 기본 가정으로 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는, 움직이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속도=거리/시간 이므로 속도가 불변인데 거리(공간)가 길어지면 시간도 늘어납니다. (관찰자와 움직이는 대상 사이에 시간차이 발생). 그리고 움직이는 대상에겐 관찰자에 비해 거리가 축소되는 공간 축소 현상이 생깁니다. 공간 축소와 시간 팽창은 사실 동일한 현상인데, 관찰자에겐 시간 팽창으로, 관찰대상에겐 공간축소가 생겨납니다. 그러나 관찰자와 움직이는 대상 본인 입장에서는 그냥 1시간은 1시간일 뿐, 변화가 없습니다. 상대적인 대상이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달리는 사람이 불빛을 가지고 갈 때, 가지고 가는 사람이 보면 불빛은 30만 km/sec.를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면 30만 km에 사람이 달린 거리/sec. 만큼 불빛이 더 이동했습니다. (빛의 이동거리는, 빛을 가지고 달린 사람 입장 : 30만 킬로 1초, 빛을 외부에서 바라본 사람 입장 : 30만 킬로 1초 + 추가로 달린 거리 만큼 빛이 더 이동).
1초에 30만 km보다 빨리 갈 수 있는 물체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으며, 빛의 속도가 최대 속도입니다. 시간이 이처럼 움직이는 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합니다. 실제로 모든 사람, 사물에게 시간이 모두 다르지만, 지구 내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한가지 실재의 두 현상일 뿐입니다. 이를 시공이라고 합니다. (시간 팽창, 공간 축소, 동시성의 상대성)
일반상대성 이론과 중력장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만유 인력이 서로 떨어져 있는 물체 사이의 공간에서, 어떤 매개체 없이 힘이 작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됩니다. 전기력과 자기력을 실어 나르는 전자기장처럼 중력의 개념에 동일한 방법으로 중력장의 개념을 도입하고 수학적 방정식으로 풀어냅니다. 뉴턴의 공간이, 아인슈타인에게는 중력장이고, 그 공간은 물결치고 유동하고 휘고 비틀리는 실재하는 물질적 구성성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력장(공간)은 무거운 질량(태양 같은) 근처에서 휘어져 있으며, 이렇게 휜 곳에서는 물체가 미끄러져 내립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은 신비로운 원거리 힘에 의해서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곧바로 나아갑니다. 마치 깔떼기처럼 휜 공간을 곧바로 나가면 빙빙 돌게 됩니다. 이게 우주의 모든 천체들이 움직이는 이치입니다. 그리고 그 휜 공간에서는 시간이 느려집니다.
중력장과 시공
시간과 공간은 중력장이라 부르는 이런 비틀리고 휘고 유동하는 것에서 생기는 자연 현상이며, 중력장에는 중력파가 존재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는, 100년쯤 지난 2015년 중력파가 실제로 검출됨으로써, 그리고 관련 현상들이 실험으로 확인되면서 입증됩니다, 뉴턴의 만유 인력 이론은 실제 수성의 태양 공전 움직임 측정에서, 부정확함이 확인되었고,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정확하게 들어 맞음으로써, 뉴턴의 이론이 수정됩니다.
모든 물체처럼 지구도 시공을 비틀어 그 주위에서 시간이 느려지게 만듭니다. 실제로 지구(땅)에 가까운 탁자 밑에 시계 하나를 놓고, 다른 하나는 탁자 위에 놓으면 탁자 밑의 시계가 느려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 시계가 아닌 연구소에서 쓰는 시계처럼 정밀해야 합니다. 공간이 휜다는 말과 시간이 늘어난다는 말은 같은 말이며, 공간과 시간은 별개가 아닙니다.
블랙홀과 동시성의 상대성
태양 같은 별들은 수소를 태우고(핵융합반응) 빛을 발하며 모습을 유지합니다. 수소가 모두 소진되면 자체 질량의 중력으로 수축을 계속하다가, 결국 블랙홀이 됩니다.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가지며, 구멍처럼 중력장이 휘어져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10분 머물다 지구로 돌아오면 몇 백만 년이 지나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곳의 지금이 지구에서는 수십만 년에 해당합니다. 이를 ‘동시성의 상대성’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지금’이 다른 곳에서는 몇 십만 년일 수 있고, 이처럼 모든 곳에서 시간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입니다. 그러나 블랙홀에 있던 사람이 지구에 왔다고 해도, 당사자가 느끼는 시간은 지구인과 같이 10분처럼 짧습니다.
양자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현대과학의 또 다른 한 축인 양자역학은, 광전효과, 복사 강도 측정, 원자 연구 같은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들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됩니다.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우주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자연법칙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더 연구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전자기장의 에너지는 양자들(quanta), 즉 묶음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에너지 덩어리로 분포되어 있다고 상상합니다. 그리고 전자기파의 진동수(즉, 색-진동수가 색을 결정함)에 의존하다고 가정하고, 전자기파의 양을 계산합니다. 계산은 유효했지만 그는 그 이유를 전혀 몰랐습니다.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플랑크 에너지 묶음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광전효과는 원자속의 전자에 빛을 쪼이면 자연적으로 전자가 튕겨 나와, 전류가 흐르는 현상입니다. 진동수가 낮은 빛으로 아무리 밝게(에너지양이 많게) 비추어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진동수가 높은 빛으로 희미하게 비추어도 광전효과가 생겼습니다.
진동수가 낮은 빛의 알갱이는 크기가 작고, 진동수가 큰 빛의 알갱이는 큽니다. 그래서 빛이 알갱이, 즉 입자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총량이 아니라 알갱이가 커야 원자속 전자를 탁 때려서 밀려 나가게 했던 겁니다.(이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받습니다). 여기서 빛의 알갱이를 포톤, 광자라고 부릅니다. 광자는 빛의 양자입니다. 그 전에는 과학계에서 빛은 전자기장의 파동이라고 이해되었습니다.
전자의 파동성과 입자성 – 양자역학의 입자성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은 특정 진동수만 갖고 있습니다. 어떤 물질의 진동수들의 집합(=물질의 스팩트럼)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갖는 띠의 모음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물질의 원소가 발산한 빛이 분해된 겁니다. 여기서 그 색깔이 몇 가지의 색만으로, 즉 연속적인 색들의 띠가 아니고, 왜 불연속적으로 몇 가지의 색만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닐스 보어는 전자화된 에너지가 양자화된 값만 가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설명을 깨닫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이 빛의 입자성을 발견한 이래, 자연의 모든 물질에서 입자성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보어의 원자 모형과 양자 도약
닐스 보어는 전자가 핵으로부터 특정한 거리, 즉 특정 궤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전자들은 허용된 에너지를 갖는 한 원자 궤도 사이에서 도약할 수 있다고(양자도약=Quantum Leap) 가정합니다. 이것이 보어의 원자 모형이며, 이 가정 하에 모든 원자의 스팩트럼을 계산하고, 아직 관찰되지 않은 스팩트럼들도 정확히 예측합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미세 입자 즉 원자속의 전자의 위치와 질양(=에너지)은 동시에 측정할 수 없으며, 이것은 측정방법의 오차나 기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본성적 성질이 라고 합니다. 측정하는 관찰자와 측정되는 대상이 상호작용합니다.
양자역학의 비결정성
전자는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할 때만 존재합니다. 상호작용이란 충돌과 같이, 다른 물질과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전자가 충돌할 때만 양자도약이 일어나고 전자가 실재하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전자가 행성처럼 궤도를 항상 돈다는 이전 이론의 무효화). 전자는 측정(측정하는 순간에 빛을 쐬든 무엇을 하든 이는 충돌을 의미함)하지 않을 때는 구름처럼 확률만 존재하는 ‘확률구름’ 형태로, 없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전자의 정확한 위치는 확률로만 존재합니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비결정성입니다.
거시적 세계에서 확률적이 아니라 결정성이 나타나는 것은, 이런 미시적 우발성(확률)이 만들어내는 변동이 너무 작아서, 생활에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 고요한 수면에서도 물질들의 강렬한 율동이 춤을 추고 있지만, 우리가 그 댄스를 볼 수 없을 뿐입니다.
양자역학의 관계성
하이젠베르크는 이러한 가정하에 전자들의 상호작용을 숫자표(행렬)로 만들고, 그것을 곱하고 나누어 계산합니다. 그런데 그 방정식이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을 모아서 폴 디랙이 새로운 이론을 세우고, 수학적이고 형식적인 발판을 마련합니다. 그는 모든 대상이 추상적인 공간에 의해서 기술되고, 대상은 질량과 같이 변하지 않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속성도 갖지 않습니다. 대상의 위치, 속도, 전위, 각운동량 등은 다른 대상과 충돌할 때에만 실재성을 얻습니다. 관계적 양상이 일반화된 것입니다.
기본입자들의 표준모형
광자는 전자기장의 양자이듯이 입자들은 장의 양자이고, 모든 장은 상호작용에서 이런 입자 구조를 보입니다. 20세기에 기본 장들의 목록은 계속 확장되어, 오늘날에는 중력을 제외한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을 잘 기술하는 ‘기본입자들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만들어졌습니다. 1970년대에 완성된 표준모형은 15개의 장들이 존재합니다. 그 장들의 양자가 기본입자들인데, 전자, 쿼크, 뮤온, 중성미자, 힉스입자외 몇가지 다른 입자입니다. 표준모형은 끼워 맞춘듯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예상과 달리 모든 예측이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화제가된 힉스장의 양자인 힉스 입자의 발견이 있었고요.
빛은 전자기파로써 아무 간섭이 없는 진공의 상태에서 파동형태를 보이다가, 측정하는 순간에만 입자적 성질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주의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가 이런 물리적 성질을 나타냅니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물질, 돌, 나무, 지구, 별 등 모든 사물들의 미시적 세계는 이런 ‘확률구름’ 속에 작은 입자들이 춤추듯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는 환상적인 세계라고 합니다. 우리 눈은 이런 미시의 세계를 보지 못할 뿐, 실재하는 우주를 이루는 본성이 이렇다고 합니다.
양자론은 과학에 응용되어, 컴퓨터, 분자생물학 등 각 분야에 활용되고, 실현되는 결과가 정확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은 아직도 더 연구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현대과학의 축이 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이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과의 모순(확실히 맞지 않음)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견되었으며, 양자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에서 각각 잘 작동되지만, 일부 특이한 부분, 즉 블랙홀의 내부 같은 현상을 모순 없이 설명하지 못함으로,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초끈이론이나 루프양자중력이론이 연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지은이가 루프양자중력이론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로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사이의 모순점을 해소하여 일반화하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설명합니다.
루프양자중력이론
그에 따르면, 시간은 물질 상호간의 작용일 뿐이며, 공간은 최소단위 크기인 플랑크 크기의 입자로 짜여져 있다고 합니다. 공간이라는 통속에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은 미세한 입자 자체가 하나 하나 얽혀서 짜여진 천처럼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공간은 그 입자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루어져 있으며, 입자라는 것은 셀 수 없는 무한이 아니고, 입자란 숫자가 제한된 유한함의 의미이며, 따라서 우주는 무한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방 30센티미터 공간에는 유한한 수의 그 입자로 채워져 있으며, 최소 단위인 그 입자보다 작은 공간은 없습니다. 강변의 모래는 셀 수 없이 많다고 표현하지만, 분명히 유한합니다. 고대 아르키메데스는 이미 당시에 그 모래를 세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과학적 이론의 내용은 확실함이 아니라, 현재로서 가장 신뢰할만한, 사실에 가장 근사한 이론이며, 확실함은 언젠가 밝혀질 수도, 영원히 밝힐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양자 중력론에서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한가지, 공변양자장
우주 Cosmos
1,000억개의 별이 하나의 은하이고, 그 은하 1,000억개로 이 우주가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다중 우주론도 연구되고, 이 우주 밖에는 또 다른 우주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우주의 생성이 초래된 140 억년 전의 빅뱅은 우주를 팽창시켜서, 우리의 우주는 지금도 계속 멀어져 가고 있으며, 그 끝은 어디일까요. 팽창이 끝나고 수축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블랙홀처럼 오그라들면,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소멸된다고 하지만, 루프양자중력이론에 의하면, 최소단위 이하로 수축할 수가 없고, 결국 다시 빅뱅처럼 대폭발을 일으키고, 다시 팽창하는 순환을 예측하는 이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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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론에 따른 현상들이 사실이라 하여도, 개인 생활의 현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우리의 우주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 파란 생명의 춤들이 잦아들고,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갈까 생각해보면,
저 멀리 우윳빛 별들의 계곡을 지나,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곳에, 지친 영혼이 쉴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작은 희망 같은 것이 스믈스믈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빈방에서 책을 읽으며, 이런 아무런 생각이나 할 수 있어서 저는 빈방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