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의 이빨이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에도
비바람에 떨던 가지들의 흔들림에도
나란히 앉은 도토리가 누렇게 시들어 가도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어
무서워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 들어와서
어둠 속에 움츠리고 혼자서 울었어
밝고 따스한 햇빛이 그립고
시원한 바람의 노래가 그립고
푸른 숲의 요정이 그리워도
이제 껍질을 나갈 수 없어
시간의 강물에
내 몸 밖의 껍질이 내 몸이 되어 때로
어둡고 숨막히는 감정이
밀물처럼 나를 삼키지
숙명의 운율에 한알 몸뚱이를 실어 시간을 가르고
깍정이에서 내 몸이 굴러 떨어질 때까지
숲속 밤하늘의 별무리, 바람의 노래, 요정의 이야기는
어둠 속 가슴으로만 그리지
(도토리의 슬픈 노래 , 2019.10.18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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