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詩처럼

정선 숲길

자작나무. 2012. 9. 3. 22:07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평창 진부면의 사기리에서 정선의 구절리까지 이어진 길을 걸었다. 24km의 숲길이다. 중간에 식당이 없어 쫄딱 굶어가며 걸었다. 

 

태풍이 지나가며 내린 비로 계곡사이에 물길이 살아나고, 작게 굴곡진 사이에는 어디에나 물기운이 흥건하다. (그러나 오늘은 맑고 날씨가 좋다).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서 깨끗한 냇물을 이루며 길옆을 흐른다. 소란스런 상류의 냇물이 구절리 하류에 이르면 어느덧 침묵의 강으로 변한다. 아름다운 산하다.

 

냇물이 되어 흐르다.

산비탈 절벽에 오줌처럼 뻗쳐 대는 물줄기

비탈진 계곡을 내달리는 물줄기

땅강아지처럼 송송송 흙속을 파고 나오는 물줄기

 

도란도란 재잘재잘 냇물되어 흐른다.

잔돌에 넘어질 듯 엎어질 듯

길거리를 점령한 1학년 아이들처럼

비틀비틀 시끄럽게 흐른다.

 

 

깊은 산속에 두갈래 숲 사이로 난 길.

 

 

길섶의 야생화 그림 같고, 바로옆 냇물이 흐른다.

 

 

맑은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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