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게 부는 실바람처럼, 황혼녘 노을처럼, 짚불의 불씨처럼,
조용히 사그라집니다.
촛불처럼 꺼지는지, 꽃잎처럼 떨어져 내리는지, 멀리 멀리 떠나가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내 가슴에 한결같이 떠 있던 해, 아흔네 해 밝은 빛이 집니다
모두 떠나고 혼자 다시 돌아와 외딴 숲 무덤가에 앉았습니다. 그냥 까닭없이 눈물이 흐르고, 물밀 듯 쏟아지는 슬픔의 폭포에, 머리속이 아득히 아득히 하얗게 느껴지고, 시간이 멈춘 듯 합니다. 아무도 없는 숲은 고요합니다. 그래서 그냥 사내답게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흘렸습니다. 어머니의 소풍이 끝났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어머니가 사시던 고향 빈집
어머니가 심은 마당가 꽃이 핍니다
목사님 말씀하신, 엄마가 소망했던 하느님 나라에서 좋은 일만 있기를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