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실업자 신세를 잘 아는 사람에게 바빠서 힘들다는 말보다 더 사치스러운 단어가 이세상에 없다. 또 일이 있어서 살아가다 보면 나름대로 거의 비슷한 수준의 걱정거리가 허락도 없이 안으로 따라 들어와 제멋대로 동거에 든다. 살아간다는 말보다는 그래서 나에겐, 살아낸다는 말이 더 실감이 나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살아내는 것이다.
바위에 흐르는 맑은 물
산도 파랗고 길도 파랗고 하늘도 색이 좋은 날이 이어지는 5월에, 파란잎에 묻어있는 쓸쓸함은 무엇인지. 이게 남자 갱년긴가 아니면 덜 떨어진 중년 인간의 특성인가. 지난 주에는 도봉산 망월사에 올라가서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경관이 좋은 바위 자리에 앉아서 부처님 몰래 오징어를 뜯어먹고 과일도 먹고 왔다. 작년엔 우리집 푸들 달봉이가 같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이제 어느덧 늙었다. 같이 산에 가지를 못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앞 못 보는 노인 - 상하이 5월
좋은 일을 하면서 늙어갈 수 있기를....
손등과 허리 뒷쪽에 검은 점이 생겨나서 2주 전에는 조직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괜찮은 점이라고 한다. 조직검사 후 결과 보러 가는 기간, 1주일 동안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항상 가까이에서....어느덧....그러나 갑자기...그리고 황망스럽게.....올 수 있다는 생각. 언제 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섭지도 않고.... 언제 좋은 일들과 인연을 맺고, 그런 인연들이 주인의 허럭없이 집으로 들어오는 행운이 나에게 올른지... 너무 과한 바램인가.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이란 말이 있다. 바라지만 말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아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되돌아 본다.
내 욕심이 적어지기를.....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던 몇 년 전보다 욕심이 생긴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은 줄어 들어야 하고 자비심이 늘어나야 하는데, 생활이 조금 변하니 짐승의 심성이 왜 일어나는가. 자유롭게 살면서 욕심을 벗어놓는 연습. 텐트를 치고 산에 가서 별들 보면서 자고 와 볼까. 별들이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지는 않을까. 지나가던 바람이 스치며 무슨 말을 걸지도 모르지. 덜 떨어진 중년의 남자에게... 이눔아 정신차려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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