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기억 희미합니다.
시골 산과 들을 내달리고
냇가에서 둠벙에서 미역감으며 놀았습니다.
새집도 찾고 삐비도 뽑아 먹으며
헤떼기도 불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산등성이 너머로 땔감을 구하러 가서
나무를 지게에 지고 올 때
산비탈의 마른 억새풀들
바람에 울었습니다.
무심히 시간이 흐르고
우북한 흰머리 감추려고 거울을 보며
혼자 염색을 합니다.
그 시절 재빼기에 앉아서 담배피던 어른들,
농삿일에 검붉고, 굵은 주름살 투성이, 삐뚤어진 이빨을 가진
아버지 또래 어르신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부분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산과 들을 내닫던 친구들
50을 돌아 60으로 갑니다.
가끔 내 나이가 생각나지 않아
집사람에게 내 나이를 묻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어느덧 이렇게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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