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지난 주말은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에서 지냈다. 딸래미와 집사람과 같이 갔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냥 좋다. 그것도 처음 가는 곳엔 항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래서 더 좋다. 호기심 이래봐야 계곡의 위치나 나무의 형상, 어떤 풀들이 많은지, 사람들은 무슨 작물을 심는지 등등, 별로 지식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걷지도 못하고 계속 차를 탔다,
차를 타고 가다가 그늘이 드리워진 한적한 도로에서 잠시 휴식을 위해 차 밖으로 나왔다. 산밑의 시멘트 수로에 올라 쭈그리고 않으려는데 '부스럭'하는 소리가 나서 보니 뱀이다. 펄쩍 뛰어 내리면서 보니 독사가 3마리나 보인다. 뱀을 별로 본적인 없는 땔래미는 신기한 듯이 바라본다. 뱀은 도망가지도 않고 근처를 맴돈다. 1마리는 구멍속으로 들어간다. 딸래미 호기심으로, 시멘트 난간이 있는 밖에서, 한참을 구경하였다.
어려서 뱀을 많이 죽였다. 시골 학교가는 길에는 차에 치어 죽은 뱀도 많았고, 어린이들은 뱀을 보는대로 모두 돌맹이로 죽였다. 나도 그랬다. 조금 커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말하기를 성경에 '뱀은 보는대로 죽이라'고 나와 있다고 하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는 동네의 같은반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떨어진 신발을 줍다가 풀속의 뱀에 물렸다. 그리고 곧 죽었다. 팔뚝의 혈관을 물렸다고 했다. 뱀은 보는대로 죽였다.
새끼를 밴 뱀도 죽인적이 있다. 어른이 되어 불교를 접하고 죄책감이 생겼다. 왜 그랬나 후회가 될 때가 있다. 불교가 아니더라도 후회가 될 때가 있다. 그냥 살아가는 짐승이다. 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굳이 쫒아가서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산에 올라서 운무에 쌓인 계곡을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하다. 딸래미가 발을 다쳐 치료 중이라서 걷지를 못한다, 차를 타고 임도를 따라서 11km를 돌아서 내려왔다. 트래킹하기에 좋은 코스다. 이번 가을 자작나무 잎이 금빛으로 물들면 다시 찾아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