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창문에 비친 세상

마음의 평화를...

자작나무. 2011. 3. 21. 20:50

지금은 수원에 머물고 있다. 어제는 희뿌연 황사가 내내 머물며 온 천지에 회색빛을 내려놓았다. 더불어 안구건조증이 있는 내 각막을 더럽혀 내 윗 눈까풀은 자동차의 뻑뻑한 와이퍼처럼 부자연스럽게 온종일 껌뻑 껌뻑하는데 혹사를 당하고 말았다. 황사가 와서 불편했지만 일본의 대지진으로 생긴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의 공기에는 함유되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다행이다. 어차피 대지의 기운이 천천히 맑고 따스한 4월 생명의 향연을 그리며, 구례 산동의 산수유꽃에서 하동의 매화꽃으로 그리고 지리산자락 나뭇가지끝의 발그레레한 목피를 뚫고, 여인의 치맛자락을 지나, 결국엔 생명가진 모든 존재들이, 대지의 섭리로 우리의 신으로 재림하리.  

 

한의원에서 침치료를 받으며 오른손바닥의 아랫부분에 침이 매우 깊이 꽂힌 듯 내내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어 간호원을 부를까 생각하다가도, 삼국지에서 관우가 장기를 두며 무심히 부상부위 수술을 받든 장면을 생각하니, 이렇게 얇은 침을 맞으며 내가 안달하는 것이 속으로 부끄러워서 그냥 참았다. 땀이 흘렀다. 

 

감농사를 지어야 하나 표고버섯농사를 지어야 하나 매실농사를 지어야 하나 나물농사를 지어야 하나.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선택을 통해 범위를 좁히고 종국에 결정된 것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범위를 좁혀 결정하기가 힘들다. 우유부단함은 너무 미세한 가능성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는 집착으로부터도 온다. 버리고 손해나도 그것을 수용하면 그것이 득이다.

 

오늘 하루, 아래지방의 봄향기는 나직이 가리워져 있으되, 그것이 오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며. 내 마음에 평화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