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법회 & 텃밭 & 두리안
일요법회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10시부터 법회가 시작된다. 8 시 50 분쯤 서산 톨게이트를 나와
처가집에 잠깐 들러 장모님께 인사드린다.
오늘은 선방에서 하안거 중인 스님들께서 예불을 진행하셨다.
점심 공양 후엔, 선방에 몇 년째 머물고 계신 스님과,
초기불교의 경전인 상윳다니까야를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니까야는 대승불교가 주류인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경전이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청정하신 스님과 시간을 함께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4시쯤, 빈 시골집에 가서, 뒷산의 어머니, 아버지 묘소에 인사드리고,
텃밭에 심어 놓은 작물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살펴 본다.
몇 그루 되지 않는 채소들이지만, 엄연히 나의 올해 농사다.
어이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집에 있을 때도 내 농사가 잘 되고 있을지,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나름 중요한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우선 어머니 묘소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밭 옆을 지나며,
몹시 궁금한 마음으로 밭을 바라본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지, 밭에 심어놓은 채소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없는 동안 엄청 크게 자라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함께 하면서 이곳으로 왔는데,
왜 없지 ?
많은 쑥갖과 상추와 방울 토마토를 큰 바구니에 수확할 계획이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
그러나 금방 마음을 바꾸었다.
"이눔아 당연하지, 바짝 마른 땅에 상추, 토마토, 고추 몇 그루 꾹꾹 박아놓고,
몇 주만에 와서 그런 야무진 꿈을 꾸다니".
바짝 다가가서 살펴보니, 있기는 하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는 조금 더 자랐다.
그래도 방울 토마토가 몇 개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올해 나의 농사의 결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느니라....
식당 벽에서 자주 보았던, 성경의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마지막은 장대하리라".
집에 돌아와서, 며칠전 사다 놓은, 숙성 중인 두리안을 손질했다.
동남아에 갔을 때, 먹어보려다가, 제철이 아니어서 찾지 못했던 두리안이다.
큰 맘먹고 4만 2천원이나 주고 하나를 산 거다.
열대과일의 왕. 냄새가 케케해서 삭힌 홍어가 생각나는 과일이다.
이렇게 오늘도 하루가 간다.
작은 일들 속에서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리라.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서 안다.
크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소소한 하루,
그보다 더 나은 시간을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