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미얀마

미얀마 바간 주변 오토바이 여행

자작나무. 2020. 4. 18. 16:58

양곤에서 불탑으로 유명한 바간으로 이동한 후, 바간에 머문 5일 동안, 매일 전기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여기 저기 돌아 다녔습니다. 교통수단이 한국처럼 편리하지 않습니다. 노선 버스가 없으며, 택시라고 부르는 툭툭이가 있기는 한데, 저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를 빌려서, 사전에 가기로 한 곳을 가기도 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가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그때 그때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구글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길을 몰라도 어디든지 자유롭게, 그리고 쉽사리 찾아 갈수가 있습니다.

 

바간에서 2일 동안 구바간(Old Bargan) 지역의 파고다를 둘러 본 후, 오늘은 시내를 벗어나서 시골을 가보기로 합니다. 어디로 가면 경치 좋은 시골을 볼 수 있는지 정보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있는 길을 주-욱 따라 갑니다. 농로 길 같은데, 주변에는 매우 열악한 집들이 간간히 길옆에 있고, 길은 비포장으로 울퉁 불퉁합니다. 그래도 그냥 죽 가니, 포장된 길이 나와서 그대로 죽 갑니다. 차량도 별로 없고 나무가 길옆에 줄지어 서 있어서 시원한 길이 이어집니다. 6킬로 쯤 가다가, 그냥 우측의 마을 길로 무작정 따라 들어가니, 마을이 나옵니다. 

 

<2020 01.26>

 

 

 

전에 라오스 시골도 그랬는데, 시골에는 아이들이 우글우글 하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많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찡, 목자치기, 다마치기, 퇴끼치기 같은 이름의 놀이를 한적이 있는데, 그 때의 한국처럼 시골에 사람이 많습니다. 도시에 직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을 중앙에 큰 나무가 있는데, 그곳에 아이들이 많이 모여 들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한국에서 가지고 간 연필과 카라멜 사탕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니 아주 좋아 합니다. 이곳은 다른 나라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옷도 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기도 하고, 학용품도 준비해서 나누어 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 가지고 간 것들인데, 너무 조금이네요.

 

나는 그 마을의 모습과 마을 사람들과 마을이 주는 느낌과 정서를 느껴보려고 그곳에 갔는데, 아이들과 사람들은 나를 구경하러 모여드네요. 결국 서로 호기심을 가지고 손짓 발짓도 하고 즐겁습니다. 아주 순박한 어린이들입니다. 얼굴은 우리나라 어린이들보다 맑고, 웃는 모습입니다.

 

 

 

 

 

마을의 집들은 아주 열악합니다. 기둥에 거적 같은 것을 죽 두르고, 외양간이 있어서 소가 몇마리씩 있습니다. 소는 한우와는 모습이 조금 다른데, 비슷한 소도 있습니다. 마을은 둑을 사이에 두고 엄청난 넓이의 강과 마주합니다. 지리책에 나오는 이라와디강입니다. 강은 강인데 물이 없고, 폭이 수 킬로는 됨직한 모래사장에 사람들이 뭘 심고 있습니다. 건기라서 강의 물줄기는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저쪽에 있고, 물이 없는 이곳 강변에 마을 사람들이 작물을 심는 겁니다. 폭을 가늠하기 힘들만큼 넓습니다. 아마 우기에는 강물이 넓은(강폭 아주 넓은) 지역을 흐르다가 건기에 물줄기가 작아지면, 가장 깊은 쪽의 물줄기들만 살아서, 마치 여러 가닥의 실이 풀어진 것처럼, 몇 갈래의 물길로 나뉘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올 때 비행기에서 바라보니 이런 지역이 간간히 눈에 띄더군요.

 

오토바이를 타고 작은 길로 가서 강물을 보려다가 모래 길에 오토바이 바퀴가 박혔습니다. 가까이서 일하던 아저씨가 와서 같이 끌어 냅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 봅니다. 양파를 심고 있다고 합니다. 강변이지만 건기 몇 달 동안은 비가 오지 않으니, 땅에서 풀풀 먼지가 납니다. 그래서 호스로 물을 끌어서 뿌려 주면서 키웁니다. 소로 강변을 갈고, 양파를 심은 다음, 호스로 물을 뿌려서 키웁니다.

 

 

 

 

 

소의 등에 낙타처럼 툭 올라온 부분이 톡특한 미얀마의 소 입니다. 힘은 매우 세 보입니다.

 

 

 

 

 

 

 

 

 

 

일하다가 쭈그리고 앉아서 이야기 합니다. 나도 궁금한 것이 있고, 그들도 외국인이 이곳 시골에 왔으니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양파의 모종은 줄기가 달래처럼 가늡니다. 손짓 발짓입니다.

 

 

 

 

 

건기에는 비가 한방울도 오지 않고 몇달 지속됩니다. 겨울에도 온도가 25도 쯤 되는데, 물은 증발되고, 풀은 자라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길에도 말라버린 풀들이 대부분인데, 추워서 그런것이 아니고, 수분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곳의 밭들이 모두 비어 있는데, 작물이 자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높다고 모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제 생각에 따뜻한 나라에서는 사시사철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가난해도 먹을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강물이 있으니, 물을 농토로 잘 끌어들이면 경제적으로 윤택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얀마가 발전해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에 있던 아이들이 나를 따라와서 주변에서 신나게 뛰놉니다. 이 상태의 마음이 유지되면서, 경제적으로 더 나아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생활이 나아진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바쁘고 정신적인 행복감은 떨어지고, 결국 n번방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로 진입하나 봅니다. 이게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마음은 그대로 유지되고 조금 더 부자가 되는 사회를 바래봅니다.

 

 

 

 

 

마을을 떠나서 이제 다시 오던 길로 나가서 계속 남쪽으로 달립니다.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는 길이 즐겁습니다. 차에 짐을 꽉차게 싣고, 사람이 차위에 올라 앉아 있습니다. 일견 위험해 보이는데, 이곳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트럭의 짐 싣는 칸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타고가는 모습도 볼수 있습니다. 1970년대 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던 것과 비슷합니다.

 

 

 

 

 

이 길을 따라서 대략 30킬로 쯤 직선 방향으로 가 보았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니 Chauk(차욱)이라는 도시에서 이라오디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까지 가서, 다리위에서 강물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중간 중간 쉬면서 다녔습니다. 아내는 뒤에서 매미처럼 앉아서 함께 다녔습니다.

 

 

 

 

 

이곳 밭의 풍경입니다. 먼지가 풀풀 나는 건조한 밭입니다. 밭을 둘러싼 둑에서 자라는 야자나무 외에, 밑에서 자라는 풀들은 모두 말라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가을처럼 풀들의 색이 무채색입니다.

 

이 지역에는 이런 밭들이 죽 이어져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보니, 나무로 둘러쳐져서 마치 축구장처럼 생긴 밭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산처럼 나무가 모여 있는 곳은 거의 없는 평야 지대입니다.

 

 

 

 

 

 

 

 

 

이라와디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시내입니다. 물이 완전히 말라서 냇물이 없습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현지인에게 물어 보니 5월까지 비가 한방울도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따라가다가 어떤 마을에 시장이 있어서, 귤과 토마토를 사서 먹었습니다.

 

 

 

 

 

 

가는 길 옆에 그늘이 있으면 조금씩 쉬기도 하고, 경치가 좋은 곳이나, 이상한 곳이 나오면 구경하면서 갑니다. 바간에서 20킬로 쯤 갔을 때, 갑자기 파열된 스피커에서 나는 듯한, 큰 노래 소리와 찌그러진 양지기, 양은 솥뚜껑, 찌그러진 냄비 등을 동시에 두드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시에 시끄러운 노래 소리가 왁짜지껄하게 들리고, 깃발이 펼쳐진 곳엔  몹시 누추해 보이는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 10 여명이, 길을 가로 막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미얀마에 반군이 지배하는 지역도 있다는 소리도 들은적이 있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상태라 겁이 덜컥 납니다. 워낙 가난한 사란들이라, 동네 사람들이 단체로 구걸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되고, 아무튼 혼란스런 광경입니다. 그래서 50 미터쯤 거리에 정지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지나가는 차량에 찌그러진 빈 그릇을 들이대면서 뭐라고 말을 하지만, 차가 그냥 가면 막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 - 반군 단체가 아니고마을 단체 구걸이구나, 판단하고, 과감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그러나 속으로는 무서워하면서, 그곳으로 속도를 내서 내달립니다. 머리에 두건을 쓴 여자가 막 다가오려고 해서 속도를 더 내어 빠져 나갔습니다. 뭐 이런 마을 단체 구걸사업이라니 ! 참 이상한 광경입니다.

 

그런데 가다가 보니, 전기 오토바이(e bike)의 배터리 표시 LED창에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 표시가 뜨고, 오토바이의 힘이 훨씬 약해져서, 파워를 조절하는 손잡이를 더 많이 잡아당겨야 갑니다. 되돌아 가야 하는데, 조금씩 걱정이 되지만, 차욱의 다리 위에 서서, 밑으로 장대하게 흘러가는 이라와디강의 모습이 너무 보고 싶어져서, 불안감을 안고 그냥 갑니다. 배터리가 나가면,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있다는 말을 얼핏 들었기 때문입니다. 점점 힘들어 하는 오토바이지만 아직 눈금이 2/3는 남아 있습니다. 

 

차욱에 가까워지니 한바탕 찌그러진 양지기 두르리는 소리가 또 들리고, 마을 단체 구걸 사업의 현장이 또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걱정하지 않고 지나칩니다.

 

CHAUK(차욱)은 들어 본 적도 없고, 오면서 구글 지도로 확인한 도시로, 작은 마을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고 복잡합니다. 시의 입구에 들어서서 잠시 큰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으려니, 고물 차량들이 달리면서 내뿜는 매연이 엄청나고, 시가지가 복잡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아내가 빨리 되돌아 가지고 재촉하고, 오토바이 배터리는 걱정이 되고, 생각하다가 그냥 되돌아 가기로 합니다. 2-3킬로만 가면 되는데, 이라와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 가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안타깝지만, 나 혼자가 아니니, 어쩔수 없습니다. 되돌아 가는 길에 오토바이의 LED 눈금은 더욱 빨리 적어지면서, 배터리의 상태에 더욱 불안감을 가중시킵니다.

 

 

 

 

 

길가의 마을에는 가게가 있는데, 주변에는 그늘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무슨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업이 없어서 노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심심하니 모여서 이렇게 시간을 때우나 봅니다. 마치 미니 당구대처럼 되어 있는데 어떤 종류의 놀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놀음을 하는 것 같아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았는데, 흔괘히 찍어도 좋다고 합니. 적은 액수의 동전을 서로 주고 받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접점 힘들어 하던 오토바이는 바간에서 대략 5킬로를 남겨 놓고, 더이상 가지 못합니다. 아무리 당겨도 걸어가는 속도보다도 느리고, 언덕이 나오면, 서버릴 듯 서버릴 듯 위태롭게 갑니다. 마을이 없는 곳에서 서버리면, 오토바이를 끌고 가든지, 실고 갈 차량을 불러야 하는데,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지도 모르고, 언어가 통하지도 않을 것 같아서, 200 미터쯤 뒤로 되돌아가 마을이 있는 곳에서, 우선 안전하게 정지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이런 때는 항상 마음을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을 구멍가게에 있던 사람에게 부탁해서, 오토바이 렌트 가게에 전화하게 합니다. 서버렸다고. 

 

조금 있으면 렌트 가게 주인이 이곳으로 온다고 알려 줍니다. 느긋하게 쉬면서, 그곳에서 느러지게 잠자다 일어난 사람들과, 허름한 공간에서 미니 당구대 놀이를 하던 사람들과 애기하면서 쉽니다. 직업이 없지만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10분쯤 지나서 도착한 오토바이 렌트 가게 주인이, 당황한 얼굴로 묻습니다. 어디에 갔었느냐고. 그래서 멀리 갔었다고는 말못하고, 그냥 잠시 이곳에 왔는데, 이렇게 되었다고 하니, 이 오토바이는 바간 지역(Bargan area)에서만 타야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그걸 왜 내게 미리 애기해 주지 않았냐고 하면서, 배터리를 교체해야한다고 하니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허용된 구역내애서만 가능한 서비스라고 하면서, 대략 2,000-3,000원을 내야한다고 합니다. 배터리 충전에는 2시간쯤 소요되니, 자기가 타고온 오토바이로 바꿔타고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배터리가 빵빵한 바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서, 시내에서 신나게 타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 주인에게 반납하러 갔습니다. 주인이 나에게 Angry ?하고 묻습니다. 내가 그일로 기분이 나빴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하니 웃네요. 착한 사람입니다.

 

 

 

 

 

아마 이 오토바이는 바간지역의 여행자들을 위해, 세계문화 유산인 바간지역 시내에서 타고 볼거리를 돌아보라고 허가된, 오토바이 같습니다. 앞에 넘버도 없고, 렌트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만 씌여 있습니다. 외곽으로 나가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될까요. 무허가 ? 확실하지 않고, 지난 일이긴 하지만, 머리가 일어 서네요. 타지역이나 외국에서는 규정을 꼭 지켜야 하고, 위험한 일을 하면 안됩니다. 모르고 해도 결과는 끔찍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로, 후에 알아보니, 찌그러진 양지기를 왁짜지껄하게 두드리던 사람들은, 마을 단체 구걸사업을 하는 분들이 아니고, 어떤 자선 단체가 모금하는 현장이라고 합니다. 모습이 조금 괴이하긴 했지만, 오해한 것이 조금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