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잔영/불교 & 절

봉정암 순례

자작나무. 2019. 10. 28. 19:09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면 봉정암에 가야지.

봄부터 생각해 오다가, 9월이 되어 예약 문의를 했다. 

10월 26일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조금 늦은 계절이다.  


딸과 집사람과 함께 6시쯤 출발해서, 백담사 들어가는 마을버스는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 간신히 타게 되었다.

백담사에 도착하니 11시 50분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다. 혼자서 부지런히 걸어 올라간다.


봉정암의 진신사리탑을 사진으로 봤을 때, 신심이 우러나올 듯 고요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었다.

도착하고 제일 먼저 이곳에 올라서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하며 절한다.

많은 이들이 떠나지 않고 신심어린 기도를 하고 있다.


사리탑을 배경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내려와서 보니 건물이 너무 많다.

작은 암자라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코고는 소리와 비좁은 공간으로 잠은 잘 수 없었다. 

방안에서 추위를 피하며 그냥 눈을 감고 있다가, 법당으로 가서 몇시간 기도 법회에 참여하지만, 졸리고 힘들다.

랜턴없이 산에 오르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캄캄한 산위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과 조우했다.

도시에서 오랜동안 볼 수 없던 별무리는 여전히 그곳에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한동안 바라보다가 내려와서, 아침까지 방안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6시 조금 넘어 아침 공양을 하고 대청봉으로 향했다.


설악산 초입에는 아직 단풍이 많이 남아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단풍잎들은 떨어지고 흩어져 계곡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고,

바닥에 내려앉은 잎들은 가을의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019.10.26-10.27